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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고리로서의 글쓰기“지역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읽어 들이는가?”에 천착하며 “양산에서 오랫동안 삶을 이어온 사람들이 만든 유무형의 자취를 직접 발걸음 하여 담아내는 작업을 해 보면 어떨까?” 지역의 다양한 삶들을 끄집어내는 것으로 스스로에게 던지는 과제의 가닥을 잡았다. 기왕에 하는 이야기라면 지역의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찾아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자존감을 북돋우고, 이주해 온 사람들에게는 도시의 정체성을 알리며 앞으로 살아갈 다음 세대와 잇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글쓰기)을 하기로 하였다. 근현대의 지역 생활문화사로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5.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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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다르게 기억되는 것은 사람마다 주관적으로 인지하고 기억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기준과 느낌, 문화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사람의 주관과 사회적 기준은 상대적인 것이다. 지역으로 관계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앎과 그에 따른 도시의 바라봄도 새롭게 다가왔었다. 그 속에서 공통의 테제(These/명제)를 하나 들자면 상호관계(작용)였다. 다른 기준과 가치관의 차이로 얽히고설킨 관계와 작용 속에서 풀어가는 사람살이였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인생사와 지역사“경부선의 토교에서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4.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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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균형발전은 관계맺음으로부터최근 KTX 물금역 정차 확정 소식에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상반된 반응의 뉴스를 접하며 씁쓸하였다. 선거가 임박한 분위기 탓일까 KTX 정차를 위해 노력해 온 공치사(功致辭)를 누가 먼저 하는가를 두고 민감한 반응이 있었다. 한편 웅상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부산 노포역도 주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가 물금역 정차가 결정되면서 메가시티 청사까지 물금으로 결정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된다는 뉴스를 보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같은 지역민으로서의 자부심은 없고,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4.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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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의 부재로부터 느끼는 공허함물금의 마지막 남은 농토 남평 들녘의 모습과 증산 너머로 보이는 마천루가 이질감으로 다가오는 풍경이지만, 도시의 다양함으로 받아들이며 공존과 공생의 현장으로 바라보고자 했던 지난해 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땀 흘리며 증산에 올라 마주하는 동면 금산과 가산의 지형지세를 살피며 공부를 했던 지난여름의 내 모습도 새삼스런 추억이다. 다시 찾은 증산에서 애써 의미를 더 찾고자 이리저리로 발걸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뉴스로 접하던 하나의 현상과 마주한다. ‘비어있음’과 마주하며 공허함으로 다가왔다. 특히 증산지역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4.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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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사이(間)의 의미를 짚어본다.[토포필리아 양산]은 ‘양산토박이’라는 진부한 표현의 지역적ego(자부심)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주체적 삶으로서 지역의 여러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짐이며,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마련해 가기 위한 실질적 학습이자 공유를 위한 적극적인 실천행위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키워드 몇 가지 중에 '연결고리(link)'를 되짚어 본다. 지난해 이맘때 즈음, 물금으로 학습의 발걸음을 했다가 1년 만에 다시 찾았다. 그리고 지역이라는 장소를 좀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 공간의 의미를 짚어보기로 한다. 공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4.0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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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한가운데에서 문화적 기억을 불러들이며세상의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이유를 묻고 있다. ‘세계화(Global)’는 범위를 넓히기 보다는 오히려 좁히며 ‘지역화(Local)’를 더 강하게 불러들이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함께 일상의 삶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물어오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1년 동안 지역의 과거를 새롭게 구성해보고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 나가고자 [토포필리아 양산]을 이어왔다. 특히 주목했던 것은 ‘기억’이었는데, 왜 지역 사람들의 기억을 불러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3.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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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기억은 문화적 실천‘지역의 근현대 일반 서민들의 생활문화사 찾기’라는 스스로의 실천행위를 통해서 지역의 과거를 새롭게 구성해보고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 나가자고 한다. 그것이 문화자치의 이론적, 실천적 논리를 제공할 것이라 나는 생각하고 있다. 1년 전, [토포필리아 양산]을 시작하며 나름의 의미와 방법론, 기억을 새롭게 구성하는 중요키워드 몇 가지를 뽑아내었었다. 그 중의 하나가 ‘자존의 문화’였다. 2월, 3월 두 달 동안 원동 지역을 계속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현상들에서 자존(自尊/긍지를 가지고 스스로 존중하며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3.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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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켜가 남아있는 공간에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역사와 공감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시간과 공간 속에 살아간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역사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부산 구포에서 지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통된 생각을 발견하게 되어 매우 기뻤다.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의 시각에서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보다 진정성 있는 역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도 같음을 인식하며 여러 역사의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지역 배움의 깊이를 더해가는 중에 문화의 이음과 활용에 대해서도 생각을 거듭해본다.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3.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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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길‘물고기가 헤엄치며 논다’는 어영(魚泳)마을로 발걸음을 했다. 지난해 봄, 배내골에서 배태고개를 넘어 영포를 지나 내포로 내려오는 길에 골짜기로 들어섰다. 눈부시게 맑은 날씨에 금오산, 매봉산, 천태산을 둘러싸고 그 아래로 대나무 숲이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이 아른거려 다시 그 길을 찾았다. 그리고 그때 고사리를 꺾고 계시던 김분이 어르신(1936년생/87세)과의 만남을 떠올려본다. 배내골 선리마을에서 태어났지만, 빨치산을 피해 영포에서 살다가 열여덟 살에 어영으로 시집오셨단다. “이 마을에 삼천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2.2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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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밝게 비추는 길 화제예찬(禮讚)이 대단한 이시일(1949년생/74세) 영남 삿갓시인의 후학에 대한 배려(길잡이)로 화제와 서룡리의 범서마을을 몇 차례 돌았다. 화제리 열 두 마을(토교, 먼듬, 골마을, 독점, 감토봉, 지나리, 서편, 새마, 중리, 죽전, 수산물, 도덕골)의 지명에 관한 갖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며 ‘꽃나루’ 화제(花濟)의 의미 보다는 ‘불을 다루는 곳이 건너다보인다.’란 의미의 화제(火濟)에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구전으로 부르는 지명들을 보면 쇄편(쇠의 편/철정), 갓골, 불매골(불 바람을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2.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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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대 후, 농촌에서의 삶을 택하며 첫 도전은 물금 서부의 강가에 비닐하우스를 한 동 짓고, 밤 싹을 틔우는 유대접목(幼臺椄木)이었는데 밤 저장에 실패하여 모두 부패되고, 곰팡이 병이 생겨 큰 손실만 안은 채 끝났다. 밀양 삼랑진에서 시작된 딸기 하우스가 원동의 당곡에서도 재배 중이었는데 따라 해 보고 싶었다. 지원받은 돈을 시나브로 다 써버리고 빚만 떠안았어. 연 11%의 이자는 17%로 불어났어. 새마을 종묘사업을 벌등에서 시작했는데 5,000평 밭을 임대하여 이태리 포플러와 족제비싸리 삽목과 파종을 하였다. 수입 보다는 인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2.0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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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빛이 곱고 물이 맑다 (山紫水明 / 산자수명)“법기로 212-4(법기리 312번지)에서 면사무소를 시작했어. 내가 태어나던 해에 법기수원지가 완공되었어.” 만나 뵙자 이내 지역의 옛 이야기를 꺼내시는 분은 본법마을 출신의 이복수(1932년생/91세)어르신이다. 젊어서는 부산에서 세무공무원으로, 부산시청 공무원으로 재직하셨다. 상동방(上東坊)과 하동방(下東坊)으로 나눠졌던 동면의 면 소재지가 1908년 본법(本法)마을에서 시작되어 1914년에 석산으로 갔다가 1926년 현재의 내송으로 이전하게 되는 배경을 말씀하시고 싶으셨나보다.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1.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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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이 펼쳐지는 골짜기“어머니가 정관 매곡에서 열여섯 살에 시집왔는데 아버지가 일본 광산에 돈벌이하러 10년 동안 갔다가 해방되고 빈털터리로 돌아오셨다. 그리고 이듬해 내가 태어났다.”며 시대 흐름 속 출생을 이야기하시는 분은 김용곤(1946년생/77세)이장님이다.1970년 제대하고 하야리아 미군부대 서비스클럽, 태광산업에서 일을 하다가 군무원(국방공무원)시험 합격으로 부산 감만동 보급창에서 군무원 생활을 시작했다는 이장님은 2003년 정년퇴직하고 고향 돌아와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산지마을의 이장을 맡아오고 있다. “19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1.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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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絡): 각 삶과 지역의 이음, 과거와 현재의 이음동면 여락리 남락(南落)마을에서 한평생 낙농업을 이어왔던 몇 몇 분들을 만나며 그 삶과 지역의 이야기를 잇고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현재와도 연결해본다. #1. 사송신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는 1077호 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면 때때로 1980~90년대 유청소년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양산읍내를 지나 다방에서 부산의 노포동으로 이어지던 노포사송로의 완행버스 길은 새로운 문명으로 향하던 완충지대(緩衝地帶)였다. 그 기억을 떠올리다보면 현재의 사송신도시 모습은 낯설게 다가온다.남쪽으로 향하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1.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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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을(乙)’자 모양으로 이루어진 동면의 세 개(상동, 중동, 삼산) 권역 중 상동지역은 아직 농경 중심의 구조로 전통취락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7번 국도나 국지도 60호선을 타고 지날 때 마다 궁금했던 마을들이다. 마을의 이름을 보면 천성산의 큰골과 밀밭골 두 개의 골짜기가 합쳐져 열렸다는 개곡(開谷), ‘의(義)’를 ‘본(本)’으로 한다는 본법(本法), 창, 칼, 활 등의 병기를 저장하던 ‘창(槍)’에서 성할 ‘창(昌)’으로 변한 창기(昌基), 비를 내리게 하는 ‘령(零)’과 무당 ‘무(巫)’가 합하여 신령 ‘영(靈)’이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2.01.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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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하늘릿지/ridge)으로 이뤄진 천성산의 피소골 계곡 위로 올라가다 용이 승천하면서 피를 흘린 자국이 바위에 흰 줄로 남아 있다는 바위를 보며 또 100여 미터 쯤 위를 쳐다보니 웅장한 혈수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뿌리며 얼음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런 비경을 혼자 감상하기가 못내 아쉽고, 이런 기운들은 큰 뜻, 큰 사람을 품기에 더없이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는 듯하였다. 얼마 전에 지역의 원로 한 분을 뵈었다가 다시 찾아뵙고, 그 분이 말씀하시는 현장, 예전 사진 속 현장으로 발걸음 해보았다. 또 다른 원로 한 분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1.12.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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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84~1985년, 보내는 곳: 양산군 웅상면 삼호리 한국일보 웅상지국, 받는 곳: 양산군 상북면 대석리. 1~2주에 한번 씩 꼬박꼬박 집으로 우편물이 도착했다. 보내는 사람은 서창에서 신문보급소를 하시던 큰외삼촌, 받는 사람은 초등학교 2, 4학년이던 나와 형이었다. 내용물은 어린이신문(소년한국일보)과 시험지였는데 지금으로 보면 가정학습지 같은 것으로 어린 시절, 가난으로 배움에 목말랐던 큰외삼촌께서 조카들에게 보내주던 애정의 우편물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자네 외삼촌과 얼굴이 많이 닮았네.” 란 이야기를 듣는다. 나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1.12.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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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교육적 활용양산에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해마다 5월이면 원동면 용당마을 가야진사에서 진행되는 가야진용신제(伽倻津龍神祭)이다. 1997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가야진용신제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어 조선 말기까지의 국가적 제례로 1990년부터 1994년까지 사당의 복원과 정비를 계기로 가야진용신제 보존회가 조직되면서 제례인 용신제와 풍년을 기원하는 기우제, 주민들 스스로 즐기며 어우러지는 대동놀이가 결합되어 형식을 계승, 발전시켜가고 있는 제의(祭儀)이자 민속놀이이다.또 하나는 200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1.12.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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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곡이란 지명이 양산에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중앙동의 동편에 위치하며 제일 먼저 해가 떠서 밝아오는 마을이란 뜻의 명곡(明谷)이다. 또 하나는 서창동의 명곡(椧谷)으로 명동(椧洞)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말 ‘홈’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나무(木)로 생명(命)을 잇는다.’라는 뜻 모음 글자(會意文字)를 써서 명곡(椧谷)이 된 것이다. ‘홈실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이 이름에는 주민들이 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농경생활을 영위했던 지혜가 깃들어 있다. 농업용수를 제공하던 대운산 시명골에 주민들은 보를 만들어 논에 물어 대었다. 긴 도랑을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2021.12.0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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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을 두루 돌아보며, 가는 지역마다 그곳의 상징이 되는 산의 모습과 주변 지형지세와의 관계를 살피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웅상에서 바라보는 천성산은 올 때마다, 계절마다 변하는 모습이 새롭다. 지역을 더 자세히 알아가는 배움의 즐거움과 함께 산과 사람의 좋은 기운을 받는다. 천성산 피소골 아래, 백동저수지와 모래들(사평/沙坪)을 생활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농경사회에서는 중요했던 들판이 하나 둘, 도시개발로 이어지며 공업지구와 아파트 대단지로 변모되었고 그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들판 두 곳이 유독 눈에 띄는
전이섭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양산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 田 소장
2021.12.01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