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특집 ⑦ 원전과 양산
양산, 원전밀집지대 불과 11km 거리
원전소재지 아니란 이유로 지원 전무
지방재정법 개정, 원전지원금 길 열려
양산시 교부금 제외, 지원방안도 아직
교부세 신설 요원…"시, 적극 나서야"

양산신문은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아 현재 양산시가 추진 중인 각종 주요 역점사업에 대해 추진사항과 문제점 등을 다각도로 기획취재해 10회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이는 웅비하는 양산시가 더 건전한 모습으로 발전하게 하는 차원에서 분야별 문제점 등을 취재 보도해 양산시정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양산시민들에게 보다 심도 있는'알 권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입니다. 시리즈 게재중이라도 이와 관련된 고견과 다양한 제보를 환영합니다.(편집자주)   


고리본부전체전경
고리본부전체전경

 

양산시는 예전부터 원자력발전소와 악연이 깊다. 2012년과 2014년 잇달아 고리1호기 폐쇄를 정부에 촉구했고 2016년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허가되자 지역사회가 반발했다. 2016년 9월 지진 공포가 양산을 휩쓸었을 때도 시민단체들은 원전 가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불과 11km 떨어진 곳에 원자력발전소 약 10기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은 아무리 안전성이 담보돼 있다 하지만 자칫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는 불안감을 항상 떠안고 살아야 한다. 환경단체에서는 가동시한 40년을 마친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을 두고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중대사고 발생 시 전국에서 최대 633명의 조기사망자가 피해가 발생하고 사용후핵연료저장조가 파괴되고 화재가 발생하면 최대 76만4000명까지 조기사망자가 발생하는 큰 피해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위험을 떠안은데다 최소한의 지원조차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점으로 원전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이로 인해 양산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오래 전부터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개선을 촉구해 왔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원전 지원금이다. 하지만 법 개정이 늦어지는데다 기껏 개정된 법률마저 양산시 지원까지는 요원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산시가 개정된 법률을 바탕으로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 요청 활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올해부터 지원 확대…양산은 제외

지난 2월 1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된 28개 관할 시·군·구 중 이미 예산지원을 받는 기장·울진·경주·영덕·영광 등 5곳을 제외한 23곳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지방재정법에서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의 65%를 원자력발전소가 소재한 울주군·기장군·울진군·영광군·경주시 등 6개 시·군에만 배분하고 나머지 35%는 원전 소재 광역단체로 들어간다. 따라서 원전 소재지 인근 지방자치단체 상당수가 거리상으로는 원전과 더 인접해 있어 방사능 재난 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심각한 위험지역임에도 재정적 지원이 미비한 상태이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관할하는 원전 반경 30km이하의 모든 지역은 사실상 소재지와 다를 바 없는 위험지역임에도 원전 지원금의 근거 법령인 '발전소주변지역법'이나 '지방교부세법'이 개정되지 않아 방재시스템 구축 및 방재훈련·교육 실시 등 방재대책 마련을 위해 많은 재원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법률 개정으로 지역자원시설세를 원전 소재 기초지자체는 65%를 그대로 가지고, 나머지 35% 중 광역단체가 15%, 남은 20%는 원전 인근 지자체에 균등 배분하도록 개정됐다. 이에 따라 울산의 경우 원전 소재지인 울주군 65%, 울산시가 15%, 나머지 4개 인근 지자체가 20%를 나눠 갖는다. 인근 지자체의 경우매년 10억원 가량 지역자원시설세가 교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의 경우 원전 소재지인 기장군 65%, 부산시 15%, 나머지 인근 9개 구가 20%를 나눠 갖는다. 지역별로 약 8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교부된 예산은 주민 복지 사업이나 방사능 방재, 방호사업에 활용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으로 울산은 중구·남구·북구·동구 등 4개 지자체, 부산은 해운대구·금정구·수영구·연제구·동래구·남구·동구·부산진구·북구 등 9개 지자체가 지원 대상으로 대거 추가됐다. 하지만 기존에 광역단체로 가던 지역자원시설세 35% 중 20%를 떼어내서 원전 인근 지자체에 교부하는 것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말이다. 정부로서는 추가적인 지출 없이 생색을 낼 수 있게 돼 손 안대고 코푼 셈이지만 이 또한 기대했던 것보다 적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양산시를 비롯해 광역에 원전 소재지가 없는 대전 유성, 전북 고창·부안, 강원 삼척 등 5개 기초자치단체다. 이들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되지만 광역 단위에 원전이 없어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해 지역자원시설세 배분·조정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부대의견으로 "행정안전부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관할함에도 원자력발전소가 소재하지 않은 시·도에 속해 개정 규정에 따른 조정교부금을 받지 못하는 시·군·자치구에 대해서는 별도의 재정지원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고 명시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지원 규모는 불투명하다. 결국 공은 다시 정부에게로 넘어간 셈이다.

그 동안 양산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인 2015년부터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하면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돼 방재방호계획 수립 및 주민대피소 마련, 대피훈련 실시 등 다양한 방재업무를 수행해 왔지만 필수적인 방재물품 제공 및 훈련 지원 외 지원금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도 요원

더욱이 주민 서명운동까지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요구했던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양산시는 16개 원전 인근 자치단체로 구성된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에 참가해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촉구해 왔다. 전국원전동맹은 국가사무인 방사능 방재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방재시스템 구축, 구호소 설치, 방호장비 확보 등 주민보호 대책 마련에 국가 지원이 전혀 없는 실정을 타개하려는 취지로 2019년 결성됐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은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울산 북구)이 대표발의한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으로 원자력발전소 영향권 내에 있어 방사능 재난 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지역이면서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에게도 재정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서형수 의원(양산을)과 김두관 의원(김포갑) 등 12명이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개정법안에서는 지방교부세의 재원 중 내국세의 비율을 내국세 총액의 19.24%에서 19.42%로 확대하는 한편, 늘어난 지방교부세 재원인 내국세 총액의 0.18%를 재원으로 하는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속하지만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전국원전동맹은 지난해 10월 20일 전담 인력과 예산을 갖춘 법정 기구인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 행정협의회의 출범을 선언하고, 2019년 동맹 결성 이후 현재까지의 활동 영상을 시청 후 수십 년 동안 원전 사고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는 원전 인근지역 503만 주민을 대신하여 국회와 정부에 원전 인근지역 주민 보호 대책 마련 및 불합리한 원전 제도 개선 등을 강력히 건의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특히 전국원전동맹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촉구 100만 주민 서명운동'을 추진했고 최종적으로 134만명의 주민이 동참했다.

양산에서도 3만8278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웅상발전협의회, 웅상발전포럼 등 원전과 가까운 웅상지역 시민단체에서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에 호응했다. 이들은 "고리원전으로부터 반경 약 11㎞안에 있는 웅상지역 10만 주민은 원전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나 안전장치 하나 없고, 원전 주변지역 국비지원 등의 일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법률에서 정한 발전소 주변지역범위 확대, 원자력발전소 예외 기준을 마련하는 법률의 개정 촉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양산시의회에서도 지난해 6월 22일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촉구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힘을 실었다. 대표발의한 김석규 의원은 "웅상지역 주민들은 원전소재지로부터 11.3km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장군, 울주군과 같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헌법상 권리인 '환경권'을 심각하게 침해 당해왔다"며 "원자력안전교부세가 신설되면 양산을 포함한 전국 원전 인근 지역 동맹 소속 23개 자치단체에는 매년 약 94억원의 국비가 지원돼 방사능 방재 전담 조직 구축과 주민 대피소 마련 등 실질적 안전 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대안으로 통과되면서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이 담긴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은 부결됐다.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이 다시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가의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사회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박인 경남도의원은 "관련법 개정을 학수고대했는데 양산이 빠졌다니 말문이 막힌다. 조만간 열릴 도의회 임시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 하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1월 경남도의회에서 채택한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대표발의했다. 건의안은 고리 원전과 최근접 지역인 양산시가 원전 소재지인 기장군과 동일 지자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필수적인 방재물품 제공 및 훈련 지원 외 지원금은 전무한 실정임을 지적하고 관련 법률개정을 촉구했다.

양산시에서도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 행정협의회에서 올해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등 원전 인근 지역 대책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할 예정인 만큼 교부금 대상에서 제외된 지자체 지원방안도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원전이 있는 광역지자체에 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다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를 설득하는 일에도 힘쓰겠다"고 전했다.

한 정가 관계자는 "제도만 마련됐을 뿐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 정부는 지원대상 확대 처리가 급선무이지 양산시에 대해선 사실 급할 게 없다"면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 양산시와 경남도가 힘을 합쳐 강력하게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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